2000년.. 초등학교 6학년때, 큰 고모부가 강아지 한마리를 맡겼었다. 빼빼마르고 더럽고.. 똥에서는 콩나물 냄새가 나는 병든 강아지였다. 그때야 워낙 강아지를 많이 키웠을때고, 키우다 죽은 강아지도 그만큼 많았을때라 정을 줄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귀여운 강아지도 아니었고..

어느날 태권도학원을 갔다가 집에오니까, 아버지가 강아지 목욕을 시켜놓고 집안에다 풀어 놓았다. 씻기고 털정리좀 하니까 그렇게 이뻐보일수가 없었다. 이런 개를 버린 놈들한테도 화가 났었고, 그동안 발바리나 똥개, 진돗개 같은 개들만 키우던 나는 그래도 처음으로 나름 족보있는 시추를 키운다는거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기생충약도 먹이고, 주사도 맞히고, 어느정도 관리를 하니까 정말 이뻐서 어린 마음에 볼때마다 기분이 좋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강아지들 하곤 사이가 안좋아서 매번 괴롭힌걸로 기억한다.

좁은 집에, 워낙 목소리가 큰 놈이라 손님이 오면 털날리고, 시끄럽고.. 게다가 오줌도 제대로 가리지 못해서 엄마는 엄마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항상 그렇게 살아왔다. 묶어서도 기르고 밖에서도 기르고 어디갈때 데려가기도 하고.. 추억은 정말 많다.

키운것만 12년.. 줏어온 강아지니 나이가 몇살인지 알수도 없다. 적어도 12살은 넘은 강아지.

내가 고등학교때 야자하고 집에오면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던 강아지, 내가 대학교때문에 대전에 내려가 있을때 집에 오면 누구보다 먼저 반겨주던 강아지, 군대에서 휴가 나올때마다 그 나쁜 머리로 주인인줄은 알고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던 강아지.

내가 군대에 있을때는 갑자기 쓰러져서 안락사를 시키려고 했단다. 그런데 주사를 들고 찾아온 의사를 보고 일어서서 뒤에 있는 아버지를 계속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는데, 나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그 마음이 느껴저서 더욱 잘해주고 싶었는데..

항상 혼내기만하고, 때리던 기억만 나고.. 제대로 먹고 싶은거 주지도 못하고.. 정말 몹쓸 주인이었는데도, 언제나 밖에 나갔다 오면, 누구보다 먼저와서 반겨주던 이쁜 강아지..

TV에 나오는 어떤 시추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애고있는 멋진 강아지. 그저 오줌 가리는것과 먹을거 밝히는거만 고쳐주고 싶었는데..

요 근래 지병이던 심장병때문에 매일 쓰러지고 깨갱 거리고.. 얼마전에 체해서 먹을것도 제대로 먹지 못한채 빌빌 거리던.. 아버지가 겨우겨우 살려 놓았던 그래서 오늘 오전만해도 쌩쌩해서 나와 놀아주던 강아지.

앞머리가 톡 튀어나와서 이름을 짱구라고 지은 이쁜 강아지.. 내 동생..

그동안 구박도 많이 받고, 정말 고생했다. 별로 잘해주지도 못했고, 그러면서도 생색은 내던 못난 주인을 용서하렴. 암컷하나 제대로 소개시켜주지 못해서.. 언제나 마음이 아팠단다.

저 하늘에서는 언제나 행복하고.. 아프지 말고.. 먹고싶은 고기도 마음껏 먹고.. 그 좋아하던 귤도 많이 먹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행복한 곳에서.. 뛰어 놀면서 행복하게 살으렴..

12년간.. 미운정 고운정 많이 들었는데,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나의 동생아. 그간 고생했던 만큼 저 하늘에선 짓고 싶은 만큼 짓고.. 암컷들도 많이 만나고, 뛰어 놀고 있으렴. 외로워도 울지말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행복하렴.. 사랑한다 짱구야. 정말 행복해라. 여기에 있을때 보다 행복하게 잘 살렴. 너로 인해 행복했단다. 짱구야..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해 미안해..  정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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